강사: 이 남 준

B형 간염과 연관된 말기 간질환자에서 간이식 후 예방적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대부분의 환자에서 간염이 재발한다. 간이식 후 B형 간염이 일단 재발하면 급격한 간기능 부전으로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이런 이유로 1990년도 초반에는 B형 간염과 연관된 간질환자는 간이식의 좋은 대상이 되지 못하였다. 그러나 hepatitis B immune globulin(HBIG, 헤파빅)과 항바이러스제제(제픽스 또는 헵세라)의 도입으로 B형 간염의 재발을 줄일 수 있어, 지난 15년간 B형 간염에 의한 간질환으로 인한 간이식 성적은 급격히 향상되어 최근의 B형 간염환자에서의 간이식의 성적은 다른 간질환과 비등하거나 오히려 우수하게 되었다. 특히 이식 전 바이러스의 양이나 돌연변이 유무에 따라 이식 후 B형 간염의 재발률에 차이가 있어서 정밀 검사를 통해 예후를 예측할 수도 있다.

B형 간염에 의한 간질환으로 간이식을 받은 경우 이식 후 재발할 확률은 환자 개개인 질환의 중증도와 바이러스의 성격, 이식 전 B형 간염의 치료 유무 및 이식 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B형 간염의 재발율은 이식 후 받게 되는 B형 간염 예방약의 종류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는데, 제픽스만 단독으로 투여하는 경우에는 40-50%, 헤파빅만 단독으로 투여하는 경우에는 20-30%, 제픽스와 헤파빅을 공동 투여하는 경우에는 5-1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재발이 발견 되는 시기는 대개 1년 이상 경과한 환자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식 후 1년 이상 경과한 경우라도 항상 검사와 의사의 지시와 처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식 전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있거나 이식 후 환자 상태가 나빴던 경우, B형 간염 예방 스케줄을 따르지 않은 경우, 간세포 암이 조기에 재발한 경우에는 1년 이내에 재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식 전 정밀 검사를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양이 많거나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에는 이식 전 약물 치료(제픽스, 헵세라, 바라크루드 등)로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을 수 있다. 헤파빅과 항바이러스제제는 상호 상승 작용으로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때문에 많은 보고에서 병합 요법 후 가장 좋은 성적을 보고하고 있다. 헤파빅은 수술 중부터 시작하여 이식 1달 이내에는 매일 7일간 그리고 이후 매주 고용량을 투여하고 이후 외래에서는 혈청 검사 상의 B형 간염 항체 역가에 따라 매달 헤파빅을 4,000-10,000 단위를 정주하게 된다. 초기에 고용량을 투여하는 것이 B형 간염 재발을 예방하는 좋은 스케줄이다. 이식 후 1년 간은 제픽스, 헵세라, 혹은 바라크루드와 헤파빅을 병용 투여하고, 1년 후에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항바이러스제제를 끊고 항체 역가도 비교적 낮게 유지하여 매달 혹은 2-3달에 1회 헤파빅을 정주하게 된다. 헤파빅 용량은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되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평생 지속해서 투여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좋은 항바이러스제제가 개발되어서 이식 후 장기적으로는 헤파빅 주사를 대신하여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제 단독 투여가 가능하다. 다만 이에 관해서는 이식 전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료진과의 긴밀한 상의가 필요하다. 또한 일부 환자에서는 항바이러스제제나 헤파빅 주사제 투여 없이 간염 예방 접종만으로 B형 간염 예방이 가능하다. 수혜자가 B형 간염 보균자가 아닌 경우에도 공여자나 수혜자가 코어 항체 양성인 경우에는 이식 후 B형 간염의 감염 위험성이 25-95%까지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B형 간염의 예방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헤파빅이나 라미부딘을 예방적으로 투여하거나 B형 간염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다. 간염 예방 접종은 비용과 편리성에서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B형 간염의 재발 여부를 확인하거나 혹은 간수치의 이상, B형 간염항체의 불안정화가 있을 때 재발을 의심해볼 수 있다. B형 간염 재발이 확인된 경우 치료는 면역 억제제를 최소화하고 제픽스, 헵세라의 병합 요법이나 바라크루드 단독 요법 등 항바이러스제제를 사용한다. 꾸준히 B형 간염 예방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B형 간염이 재발하여도 그 예후는 비교적 양호하다.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센터는 1988년 국내 최초로 간이식을 시행하여 성공한 후 꾸준히 간이식의 예가 늘고, 성적이 향상되어 왔다. 본 간이식 센터의 가장 많은 간이식 적응증은 B형 간염에 의한 간질환으로 성인 수혜자의 79%를 차지하였다. 간세포암을 동반한 경우가 33%이었다. 1999년 이후 B형 간염으로 이식 받은 수혜자의 5년 생존율은 85.3%로, 간세포암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에는 92.1%로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비단 간이식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이식은 누군가의 사랑과 희생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 따라서 내 몸과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이다. 이식 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식 받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생활을 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건강을 지키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정기적인 병원 검진과 함께 생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이식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