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장기이식은 현대의학의 뛰어난 성과 중의 하나로 주요 장기의 말기 기능 부전증의 치료법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에서 장기이식을 발전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동력은 장기이식 후에 사용하는 면역억제제의 발전입니다. 면역억제제는 장기를 받은 사람에서 발생하는 이식 거부반응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면역기능의 저하를 일으켜 감염성 합병증을 유발하는 <칼의 양면>과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이식 후 발생하는 감염증은 이식 후 시간경과에 따라 발생양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즉, 이식 후 1개월 이내에는 수술상처나 정맥관의 감염, 장기제공자로부터 전파되는 감염(예컨대 B형 간염, C형 간염), 장기를 받은 사람이 이식 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감염이 가장 흔합니다. 이식 후 2개월에서 6개월 사이는 감염 위험성이 가장 큰 시기입니다. 사람에게 감염증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크게 세균과 바이러스, 진균(곰팡이)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서 중요한 원인 미생물은 바이러스로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특히 문제가 됩니다. 이외에도 단순포진 바이러스, 수두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의한 감염의 위험이 큽니다. 이식 후 6개월이 경과하고, 만성 합병증이 없으면, 감염 양상은 면역기능에서 관찰되는 감염 양상보다 일반인에서 보이는 감염 영상으로 바뀌게 됩니다.

장기이식 후 발생하는 감염성 합병증을 예방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은 성공적인 장기이식의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감염성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이용되는 방법들에는 이식 전에 이미 걸린 감염증의 치료, 수술 중 창상이나 장기의 오염방지, 예방적 항생물질(항균제,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의 투여, 예방접종의 시행, 감염예방을 위한 일반적인 조치 등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예방접종과 감염 예방을 위한 일반적인 주의사항들을 주고 다루고자 합니다.

이식인의 예방접종

예방접종이라 함은 어떠한 감염성 질병의 발생을 막기 위해 대상 질병의 백신 혹은 면역 글로불린을 접종하는 것을 뜻합니다. 현재 사용중인 백신은 크게 약독화 생백신, 비 활성화 백신, 다당류 백신으로 구분됩니다. 약독화 생백신 접종은 살아있지만, 병원성이 적은 미생물을 접종하는 것으로 드물게 접종자에게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비 활성화 백신은 미생물을 적절히 처리하여 면역반응을 일으키지만 감염은 일으키지 않도록 한 것입니다. 다당류 백신은 미생물의 다당류 성분을 추출하여 제조한 것으로 비활성화 백신처럼 면역반응을 일으키지만 감염은 일으키지 않습니다.

백신을 투여할 때에는 백신투여로 얻는 이득 즉, 감염예방 효과가 손해 즉, 부작용보다 커야하고 정상 면역기능을 보이는 사람들에서는 실제로 그러하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식을 받은 사람처럼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에서 백신의 이익-손해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식 후 사용하는 면역억제제는 이식인의 면역기능을 저하시키므로 이식인의 백신 투여는 정상인의 백신투여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면역기능 저하로 백신에 대한 반응이 낮아 백신접종의 효과가 정상인에 비해 떨어지고, 둘째로 생 백신 투여 시 전신감염증을 일으킬 위험이 정상인보다 크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비 활성화 백신이나 다당류 백신은 면역기능 저하자에서 안정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역기능 저하자에서 생백신의 사용은 대부분 금기 사항입니다.

요컨대, 면역억제제를 투약 중인 이식인에서 백신을 사용하려면, 이익-손해를 따져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백신을 시행하려고 하는 감염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면역기능이 어느 정도 저하되었는지, 백신접종이 안정한 지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이식인의 예방접종 여부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으며, 예방접종 시행여부는 이식인의 담당의가 결정하게 됩니다.

국내에서 정상 면역기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실시되고 있는 예방접종은 정기 예방접종, 임시 예방 접종 및 선별 예방접종의 3가지로 구분됩니다. 정기 예방접종은 국가 예방접종 사업의 일환으로 모든 신생아와 소아를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시행되며 결핵,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홍역(또는 MMR: 홍역, 볼거리, 풍진의 혼합백신) 및 B형 간염 백신접종이 법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임시 예방접종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명령이 있거나 전염병 예방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 실시하는 백신으로 일본뇌염, 장티푸스, 신증후 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및 15세 이상의 여자에게 실시하는 풍진 등이 있습니다. 특정한 위험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선별 예방접종에는 수두, 인플루엔자, 폐렴구균 및 헤모피루스 등이 있습니다. B형 간염에 면역이 되어 있지 않은 모든 성인에게 B형 간염 예방접종을 추천하고 있으며, 소아기에 파상풍 접종을 마친 모든 성인에게 매 10년마다 파상풍 백신의 재 접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 성인용 파상풍 백신이 시판되고 있지 않아 파상풍 재 접종은 거의 실시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식인의 예방접종은 위에서 언급한 바처럼 환자별 특성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적용되는 원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생백신(예컨대 결핵, 홍역 등)의 사용은 금기이고, 비활성화 백신(예컨대 파상풍, 인플루엔자등)이나 다당류 백신(예컨대 폐렴구균, 헤모필루스 등)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아마비의 백신에는 생 백신과 비활성화 백신이 있으며, 이식인에게는 비활성화 백신의 투여를 권합니다. 또한 이식인과 긴밀한 접촉이 이루어지는 가족들도 소아마비 생 백신을 투여 받으면 안됩니다. 만약, 이식인이 면역억제 상태에 있고 가족이 소아마비 생백신을 투여받았다면, 적어도 1개월 이상은 떨어져 지내야 합니다.

둘째, 이식인에서 예방접종의 효과는 정상인보다 떨어지며 따라서 예방접종 후에도 감염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면역기능 저하자에서 백신의 효과는 불완전하므로, 만약 면역기능 저하자가 홍역이나 수두환자와 접촉되었을 때, 파상풍의 우려가 있는 더러운 상처를 입었을 때 등은 면역 글로불린을 접종합니다.

셋째,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을 포함한 면역기능 저하자에서 백신 투여의 시기는 백신에 대한 항체 반응의 크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인자입니다. 항암제의 투여나 면역억제제의 투여가 예정된 경우에는 적어도 투여 2주전에 예방접종을 시행하고, 이 시기에 접종이 되지 않으면 항암제나 면역억제제의 투여가 종료되고 3개월이 경과한 후에 예방접종을 시행합니다.

고형장기를 이식 받고 면역억제제를 투여 중인 환자에게 추천되는 백신에는 파상풍, 디프테리아, B형 간염, 헤모필루스, 폐렴구균, 인플루엔자 백신 등이 있으며 홍역, 풍진 수두 백신의 사용은 금기입니다. 골수이식을 받은 환자에게는 이식 후 12개월 째에 파상풍, 디프테리아, 소아마비(반드시 비활성화 소아마비 백신이어야 하고, 소아마비 생 백신을 사용하면 안됨), 폐렴구균, 인플루엔자, 헤모필루스,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고 이식 후 24개월 째에 파상풍, 디프테리아, 소아마비, 폐렴구균, 헤모필루스, 백신과 홍역, 풍진, 볼거리 백신을 접종합니다.

백신의 효과는 백신을 투여하여 감염과 그 합병증을 막는 능력으로 정의합니다. 대부분의 백신효과는 면역기능이 정상인 사람에서 연구된 것입니다. 이식을 받은 사람을 포함한 면역기능 저하자에서 백신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태입니다. 즉, 이식을 받은 사람에서 어떠한 백신을 투여했을 때, 항체의 생성률이나 감염발생 억제률 등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고, 정상인에 비해 백신 투여 용량이나 횟수를 증가시켜야 하는 지도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위에 언급한 이식을 받은 사람에게 추천되는 백신투여는 모든 환자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없으며, 담당의사가 이득과 손해를 판단하여 투여여부를 환자별로 결정하게 됩니다.

앞에서처럼 이식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 감염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용 중인 백신은 단지 감염균의 일부분에 대해서만 개발되어 있으며, 이식 후 발생하는 중요한 감염 원인균에 대해서는 아직 예방접종이 없는 현실입니다. 따라서 백신접종을 받으시더라도 감염성 합병증을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아시기 바랍니다.

이식인의 감염예방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들에게 감염증의 발생을 억제할 목적으로 예방적 약물투여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예로는 주폐포자충이라는 일종의 기생충에 의한 폐렴을 막기 위한 박트림(트리메토프림-설파메톡사졸)의 투여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예방적 약물투여는 이식의 종류 및 면역 억제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담당의의 처방에 따르시면 됩니다.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가 퇴원한 후에도 감염의 위험은 지속되며, 이 시기에 환자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은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신체의 변화들, 즉 의학적인 용어로는 증상이나 징후를 숙지하고, 이러한 증상이나 징후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열이나 오한, 떨림 등은 감염의 중요한 지표입니다. 인후염이 발생한 경우에는 열과 함께 목이 아픈 증상이 생기며, 폐렴의 경우는 열과 함께 가래가 많아지고, 숨을 들이마실 때 가슴에 통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열과 함께 설사나 복통이 있으면 음식과 연관된 위장관계의 감염을 의심해야 하고, 열, 소변을 자주 보게 됨, 배뇨시 통증, 옆구리 통증 등이 있으면 요로계의 감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열과 함께 피부가 따뜻하고 불그스름하며, 눌렀을 때 아프면 피부아래 조직의 감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문의를 해야하고, 필요하면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면역기능이 저하된 경우, 침입한 미생물에 대한 방어가 적절하지 못하여, 감염증의 경과가 급격한 경우가 많으므로 초기에 감염증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퇴원 후 집에서 감염예방을 위해 지키도록 권장되는 수칙들은 상식적인 사고에서 유래된 것들이 많으며, 이에 대해 학문적으로 효과를 규명하려는 시도는 적었습니다. 현재까지 일반적으로 추천되는 감염예방 수칙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면역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부 외국 의료기관에서는 환자가 학생인 경우 퇴원 후 학교에 복귀하는 시기를 3-6개월 후로 권하기도 합니다. 바깥으로 외출할 경우에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기로 감염되는 병원균의 흡입 가능성이 줄어들지만, 효과를 정량적으로 연구해본 적은 없습니다. 손씻기는 병원 내에서 감염전파를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로 알려져 있으며, 퇴원 후에도 감염예방을 위해 필요한 중요한 조치입니다. 손씻기는 손에 오염된 미생물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으며, 충분히 효과가 있으려면 비누 등을 이용하여 10초 이상 손을 문질러야 합니다. 적어도 화장실에 다녀온 후, 식사 준비 전, 바깥에 다녀온 후에는 손을 씻어야 합니다.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면, 땀샘 등의 분비선이 막히는 것을 해소하고 피부 감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하게 문지르거나 너무 자주 목욕을 하게 되면, 오히려 피부가 건조하게 되고 감염의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음식을 통한 위장관 감염이나 식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음식을 끓여서 먹어야 하고 당장 먹지 않을 음식은 냉장상태로 보관해야 합니다.

맺음말

장기이식은 현대의학 발전의 집약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식에 성공하려면 이식장기의 거부반응과 감염성 합병증이라는 장애를 잘 통과하여야 하고, 이 분야에 대한 의료진의 연구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감염예방을 위해서는 예방적 항생물질의 투여, 예방접종의 시행, 감염예방을 위한 일반적인 조치 등이 적절히 시행되어야 합니다. 장기이식을 받은 환자분들은 담당의료진이 추천하는 조치들을 잘 따르셔야 하고, 아울러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면역기능 저하에서 기인한 감염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주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감염증의 증상이나 증후가 의심될 때에는 항상 담당의료진의 자문과 진찰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