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병기

(2008년 8월 27일 뇌사자 간이식 수혜자 이병열)

“이병열씨, 이병열씨” 뺨을 살며시 때리며 정신 차려 보라는 중환자실의 간호사선생님의 깨움이 있은 다음, 수분이 경과한 다음일까. 비몽사몽간에 눈을 떠보니 몸은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고 어렵게 눈을 떠 힘겹게 앞을 보니, 어렴풋이 보이는 커다란 벽시계가 5시를 가리키고 있는 것 같은데, 순간 생각나는 게 분명 어제 밤 1시경에 간이식 받는다고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새벽5시에 수술실에서 나오다니 수술이 간단했는가? 아니면 잘못 된 건가?

그러나 그 생각도 잠깐 뿐이고 참을 수 없는 수술부위의 통증과 손발은 움직일 수 없게 묶여있고 수십 개로 보이는 링겔 주사바늘 때문에 고통은 너무 힘들다. 그러나 내가 새벽5시라고 생각한 시간은 오후5시였다.

무려 13시간이나 걸리는 어려운 수술 때문이었을까? 11일 동안의 중환자실의 생활은 정말 너무나 힘든 고통스러운 나날이었다. 11일 동안 수면시간은 많으면 5시간이나 되었을까. 왜 그렇게 시간은 가지 않는지 1시간은 지났겠지 생각하면 5분도 지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은 가지 않고 잠깐 눈을 붙이면 무슨 악몽은 그렇게도 많이 나를 괴롭히는지, 수술 받을때 죽어 버렸으면, 고통없이 눈 감었을 텐데, 하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몇 번 한 것같다.

결과적으로 작년 8월 26일 저녁 8시경 입원해서 9월27일 33일 만에 퇴원하기까지 중환자실과 병실의 생활은 너무나 힘든 말할 수없는 고통과 통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중환자실에서 처음으로 서경석교수님이 회진오셨을때 얼마나 고맙고 반가운지 입에 낀 산소 호흡기 때문에 말은 못하고 메모지에 “교수님 살려 주셔서 감사 합니다”라는 메모지를 건네니 빙그레 웃으시면서 가슴을 다독거려 주신다.

7개월이 지난 지금 건강한 몸이 이런 몸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

정확히 2008년 오후 6시30분 외출해서 밖에 있는데 장기이식실 변년임 간호사님으로부터 평생 잊을 수 없는 전화를 받게 되는데 뇌사자가 있는데 49세되는 여자 분이란다. 간이식 받기 위해 지금 즉시 응급실로 달려오라고 하신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알았다 대답하고 지하철을 타고 그 동안 수없이 정말 안방처럼 드나들었던 서울대병원으로 향하는데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지난 27년 동안의 투병 생활이 주마등처럼 나의 뇌리를 스치면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느끼면서 말이다.

내가 변간호사 선생님으로부터 전화받기 30분전 그러니까 오후 6시 늦게 얻은, 현재 중학교 2학년인 아들한테 전화를 받는데 내일이 아빠 생일이니 축하하게 빨리 집에 오란다. 자기 용돈으로 아주 작은 케익을 사놓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아들한테 전화 받고 30분후에 운명의 전화 즉 생명의 전화를 받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54번째 나의 생일날, 간이식 수술을 받고, 새로운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어찌 이것이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응급실에 도착하니 8시경이다. 많은 검사를 시작한다. 많은 양의 채혈과 50번이 넘는 X-RAY 사진 등...밤12시경 주치의 김정기 선생님이 오셔서 성공 확률이 30%도 되지 않는 어려운 수술이기 때문에 간이식수술 안 받으면 어떻겠냐고 물으신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떤 기회인데... 수술 받다 죽게 되면 고통 없이 죽는 것이고 성공하면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뿐인가 내가 수술실에 들어간 후에 서교수님이 보호자를 찾더니 아내에게 수술이 어려워 사망할 확률이 높으니 각오 하고 있으라고 얘기 했단다. 수술 13시간동안 단비교회 담임목사님, 부목사님, 또한 성도님들 밤세워 기도로 수술을 뒷받침해 주셨다고 했다.

수술 9-10시간이 지나고 교수님이 나오셔서 아내에게 수술이 잘됐다고 얘기하고 3시간가량 지난 후 주치의신 김정기 선생님이 가운에 피범벅으로 나오셨단다. 물론 아주 잘됐다고 말씀하시면서 말이다. 아내와 동생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단다.

병실에서 “살아줘서 고맙다”는 78세 되신 어머니의 말씀이 지금도 나의 마음을 울린다.

내 수술 부위는 3곳이다. 혈관이 모자라 왼쪽 겨드랑이와 왼쪽사타구니를 째고 혈관을 보충했는데 아직도 겨드랑이는 신경이 아직 덜 돌아 왔는데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 질것 같다.

중환자실과 71병동에서의 33일 동안 김정기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 중환자실과 71병동의 간호사님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외과 교수님, 선생님, 그리고 간호사님들, 봉사정신이 아니고서는 절대 직업으로는 일할 수 없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느껴본다.

내 나이 56년생, 54세로써 27년 전인 1983년, 27세의 젊은 청년의 나이에 내과 이효석 교수님으로부터 복강경 검사결과 간경화라는 청천벽력의 진단을 받게 된다. 원인은 간으로 통하는 하대정맥이 간부위에서 7cm가량이 석고처럼 막혀서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간경화가 온 것이라고 말씀 하신다.

그때부터 눈물어린 투병생활을 시작한다. 무려 27년 동안을 말이다. 2-3개월에 한 번씩 하는 정기적인 검사와 진료, 살코기를 적당량 복용하면서 처방약 잘 복용하라는 언제나 변함없는 이효석교수님의 똑같은 진료,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상태는 더욱 더 악화된다. 언제나 탱탱 붓는 다리, 더부룩한 배, 노란 눈동자와 새까맣고 노란 얼굴, 조금씩 자주 누면서 붉으면서 노란색의 소변, 언제나 피곤해서 틈만 나면 드러누워 있어야 되는 몸. 어찌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건강식품, 대체요법, 민간요법, 특히 녹즙요법 등 많은 것들을 하면서 몸을 더 망쳤던 것같다. 어떻게 하든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그러나 투병하는 분들께 말하고 싶다. 의사 선생님 말씀 외에는 어떤 것들도 하지 말라고 말이다. 몸은 더 악화되고 돈만 더 들게 된다. 경험자로써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2004년6월29일 중국천진에 있는 천진제일중심병원을 가게 된다. 간이식을 받아서 건강 하게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그러나 14일 만에 귀국하고 만다. 검사 결과 이식이 불가능 하단다. 혈관이 너무 많이 막혀 이식 할 수가 없단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밖을 내다보니 창공이 너무 아름답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너무 서글프다.

중국으로 출국할 때 얼마나 많은 기대를 가지고 떠났는가? 그러나 수술을 받을 수가 없다니 정말 이대로 죽어야만 되는가? 얼마 후 서울의 다른 대학병원을 방문해 이식외과 교수님과 30분 동안 진료를 받는다. 그러나 역시 이식이 불가능 하단다. 혈관이 간 문맥 까지 다 막혀서 말이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서경석 교수님, 이남준 교수님은 수술이 가능 하다고 말씀 하신다. 물론 어렵고 성공 확률이 희박하다는 조건을 붙이지만 말이다. 허지만 내 혈액형은 O형 이고 내주위에는 O형이 없다. 성공확률도 없는 수술에 도너도 없다. 그러면 죽는 수밖에 없지 않는가. 이 세상 태어나서 한번쯤은 건강 하게 살아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코노스에 대기자로 등록한 날짜가 2003년12월9일인데 아직도 연락이 없다. 변간호사님 제발 연락 좀 주세요. 소리 없이 외쳐보고 실제로 방분해서 왜 나에게 기회가 오지 않느냐고 자주 장기이식실 문을 두드려 본다. 그러나 조금 더 기다려 보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수술 받다 죽더라도 정말 이식 받고 싶다. 정말 서글프고 서럽다. 하나님 왜 나에게 이런 아픔의 고통을 주시나요.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모두가 얼굴이 뽀얗고 발걸음도 활기차다. 그러나 나는 왜 이런 몸인가? 하나님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에 왜 나에게 이런 참을 수 없는 아픔의 고통을 주시나요?

간암이 와서 치료한 3번의 색전술, 2번의복막염, 자주 발생하는 간성혼수, 2007년8월5일 식도 정맥 출혈로 인해 엄청나게 솟았던 피의 양. 그동안 나를 엄청나게 괴롭게 했던 27년동안의 투병생활이 지금 이 순간 새롭게 느껴진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목동에서 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알고 있다. 이유는 새까맣고 노랗게 뜬 병자의 얼굴로 나의 어릴 적 고향인 전남 장성 보다 긴 세월인 30년 이상을 이 동네 에서 병자의 몸으로 살았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6번 정도로 생각나는 119구급차에 나는 집에서 가까운 목동이대병원. 그동안 나의 안방처럼 드나들었던 서울대 병원, 구급차에 실려 갈 때면 안타까운 마음으로 모여 들었던 이웃들, 모두들 이번에는 죽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많은 사람들,

난 요즘 인사 받기에 바쁘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한다. 왜 그렇게 얼굴이 좋아 졌냐고 묻는다. 난외치고 싶은 마음으로 큰 소리로 말한다. 서울대 병원에서 뇌사자 간이식 받고 이렇게 건강해 졌고 앞으로 더 좋아 진다고 자신 있게 말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말을 하겠다. 1989년1월28일 결혼 이후 나와 똑같은 고통과 아픔을 가지고 투병생활을 같이한 나의 사랑하는 아내에게 너무 감사 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감사해야 할 사람이 또 있다. 나의 누님과 동생들과 사촌동생들, 그리고 나의 처갓집의 식구들, 담임목사님과 부목사님을 비롯한 단비교회 성도님들, 그 외 친족과 친구들, 또한 이웃들, 그동안 오랜 세월을 나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 에게 이 지면을 통해 마음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난 3월31일 서교수님 진료 후 교수님께 “교수님 감사 합니다.” 말씀이 없자 다시 “교수님 감사 합니다” 그때서야 저쪽 진료실로 가시면서 “예”라고 대답 하신다.

진료 후 장기이식실을 퇴원 후 처음으로 방문해서 기쁘고 엄숙한 마음으로 장기 기증 서약 한다. 운전면허증에 등록 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말이다. 장기이식실 문을 나오는 발걸음이 더욱더 가볍게 느껴지는 걸 느낀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내 생애 54년의 딱 절반인 27년의 투병 생활 끝에 정확히 내 생일날 나는 새로운 생명으로 이 세상 다시 태어나 이 세상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또한 나에게 간을 전해주고 먼저 하늘나라에 가신 이름 모를 여자분 에게 보답하는 길은 이 세상을 감사하는 마음, 봉사하는 마음으로 살아 갈 것을 다시 한 번 자신에게 다짐하면서 이만 투병기를 쓸까 한다.

창밖의 나뭇가지에 돋아난 파란 잎사귀 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새로운 새 생명을 탄생 시키는 것 같아 내 마음이 너무 기쁘다.

2009년 4월 21일 이병열 씀